어느덧 따스했던 봄날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엊그제 떨어지는 벚꽃을 보았던 것 같은데 벌써 초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오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는 바이다. 그 흘러간 시간만큼 도현이와 가까워지고 정이 들어버렸다. 사실 나는 이렇게 도현이와 마음을 주고받는 진심 어린 사이로 발전하게 될지 알지 못하였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내가 돌고래 인연 맺기 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였으니까. 그저 자소서에 꾸준한 봉사를 해왔다는 한 줄을 덧붙이고 봉사 시간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었다. 또한 다른 참가자들도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돌고래 인연 맺기 학교에 참가했을 거란 생각했었다. 그러한 생각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매 활동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고 나는 내 자신이 참 속물같이 느껴져 참 부끄러웠다. 도현이는이런 이기적인 나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도현이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려보면 나와 닮아 있다고 많이 느꼈었다. 나는 초면인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편에 속하는데 나와 처음 만난 도현이는 어색한 듯 나와 쉽게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수줍어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또한 포켓몬스터 책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 그 모습이 내 어릴 적 만화책을 들고 다니던 기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한 첫 만남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느낀 것은 참 배려심이 깊은 아이라는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빵이나 사탕을 받으면 얼른 자기 입에 넣을 만도 한데 일일이 주변 사람을 챙기며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곳에 도현이를 가르치려 온 것이 아니라 도현이에게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활동에 대한 자세를 고쳐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활동이 끝이 난 후 도현이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나와 꽉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내 눈을 마주 보며 “선생님 오늘 고마웠어요”라고 말하는 도현이를 보고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었다.
또 한 번은 돌고래 인연맺기 학교에 참가하지 못한 적이 있다. 나에게 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미처자원 활동에 참가하지 못할 상황이 있었는데 그다음 활동에서 만난 도현이가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해주었다. “선생님도 도현이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해주자 도현이가 나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어주었다. 도현이와 내가 서로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참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한 주 활동을 빠져 서로 만나지 못한 게 참 미안했다. 이렇듯 도현이와 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참 많은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 도현이의 마음에는 내가, 나의 마음에는 도현이가 그려지고 있다는 게 정말 멋지고 기분이 좋다. 언제나 누군가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을 남긴다는 것은 참 가슴 따뜻 한 일이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듯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활동도 같은 기억의 멋진 추억을 서로에게 남겨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