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9 울산 돌고래 인연맺기학교 1주차 주말학교 후기
홍명기 평화캠프 울산지부 자원활동가
돌고래 인연맺기 학교를 신청하고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며 내가 함께할 아이의 정보를 한번 더 살펴보고 버스를 타고 가며 아이들에게 불러줄 입학식 노래를 연습하며 걱정 반 설렘 반 인 마음으로 활동할 장소인 다울학교로 향했다. 다울학교에 도착하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노래연습을 하며 내 짝꿍아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짝꿍아이가 감기에 걸리게 되어 못오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한 선생님이 개인사정으로 오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난 당황스러웠다. 못오게 된 선생님의 짝꿍아이와 내가 함께하게 된 것이다. 이름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 아이의 정보를 받아 서둘러 확인 하였다. 아침에 버스를 탔을 때보다 더 걱정이 되었다. 미리 준비된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렸고 드디어 내 짝꿍 도영이가 왔다. 도영이 에게 선물이라며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었다. 하지만 도영이 는 내가 낯설어서인지 내 눈을 피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 처음본 사이기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날 어려워 하는것일 까봐 걱정을 안고 활동이 시작 되었다. 난 도영이 와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활동을 하였다. 도영이 는 그림그리기를 지루해 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내 얼굴을 단 선 몇가닥 으로 표현해 버렸다. 귀엽기도 하면서 정말 지루해 하는 것 이 느껴졌다. 그래서 도영이 와 함께 손잡으며 서로의 얼굴을 완성 시켰다. 활동을 하는 중에 도영이가 계속해서 창밖을 두리번 거리는것을 보게 되었다. 왜 두리번 거리냐고 묻자 햇살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였다. 도영이 는 햇살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말을 듣고 도영이 를 만나기 전날 찍은 노을사진이 생각나서 도영이 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도영이 는 내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아졌고 사진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색연필로 정성들여 그려주었다. 도영이의 기분이 좋아지니 내 기분 또한 좋아졌고, 도영이 에게 작더라도 추억을 남겨준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기 수업 후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자기소개발표 시간 이였다. 난 도영이 에게 도영이 는 나에게 음식은 뭐가 좋은지 좋아하는 만화는 뭔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대답하였다. 도영이 에게 싫어하는 것이 뭐냐는 질문을 했는데 ‘때리기‘ 라고 답하였다. 괜시래 내 마음이 아팠다. 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그곳에서 도영이 와 같은 아이들에게 친구들이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봐왔다. 친절하게 친구로서 대해주는 사람보다 괴롭히고 놀림감으로, 심할땐 폭행 까지 하는 아이들이 불행히도 더 많았다. 그 아이들은 단순히 재미로, 심심해서 그런 것일지 모르나 그런 행동들이 얼마나 도영이 같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지 난 알고 있다. 초등학교때 불의의 사고로 씻을수 없는 상처가 생기게 되었고, 친구들은 전과는 달라진 내 모습을 그저 호기심에 신기해하며 내 상처를 놀렸다. 어른들도 내 상처를 보고 왜 그렇게 됐냐고들 흔히 묻곤 했다. 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을 일순간의 호기심에 던진 한마디, 그저 재미 때문에 던진 한마디가 내겐 흉터보다 더큰 아픔으로 남았고, 그때 그 아픔이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앞으로 도영이가 겪지 말아야하지만 겪게 될 일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 만큼 도영이에게 오늘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하루가 아닌 행복하고 소중한 하루로 추억속에 남게 해주고 싶었다. 도영이 에게 지켜주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선생님이 곁에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 처음엔 낯설어서 날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던 도영이가 어느새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뿌듯하면서도 도영이 에게 고마웠다. 날 믿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점차 도영이가 내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김치를 싫어한다더니 내가 김치를 먹어야 크고 건강한 사람이 된다고 하자 점심시간에 나온 김치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또 한번 뿌듯했다.그렇게 오후 수업도 별 무리없이 잘 진행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도영이를 집으로 바래다 주고 있었다. 도영이는 역시나 하늘에 넓게 퍼진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영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영이는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집근처 정류장에 내리고, 도영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집으로 향했다. 오늘하루가 재밌었냐고 물었는데 다행히 재밌었다고 대답해주었다. 도영이에게 “오늘 하루만 내가 짝꿍선생님이고 다음부턴 다른 선생님이 짝꿍 선생님이 될거야” 라고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 기억해줄거야?” 라고 물었다. “네” 라고 도영이가 대답해줬다. 그말을 들으니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쌓였던 피로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도영이를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난 평화캠프 사무실로 향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도영이가 다음에 만났을때 내 이름을 기억 못할수도 있다고, 우리가 어제 함께 무엇을 했고 어떤 말들을 서로에게 해줬는지도 언젠가는 다 잊게 될것이라고. 하지만 희미하게라도 너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하루라도 행복하게 보내게 해주고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도영이의 기억 속에 남게 해주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을 훨씬더 많이 만나며 하루하루를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어린 시절 병실에 입원해있으면서 내가 치료 받을 때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 고 안아주고 보살펴줬던 나를 위해준 수많은 사람들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것처럼, 도영이 에게도 적어도 오늘 하루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