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 도토리인연맺기학교] 나는 올바른 자원활동가였을까?
어느덧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9주차 활동후기와 함께 여태껏 활동을 하며 느낀 감정들도 같이 담아내고 싶다.
서울숲으로 나들이를 가는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가만히 있는 걸 따분해하고 싫어하는 성격이라 소풍, 나들이, MT 등 야외활동을 매우 즐긴다. 그 날도 티는 나지 않았겠지만 내가 샘들과 아이들을 통틀어 가장 설렜지 않았나 싶다. 날씨도 너무 맑아서 기분이 한층 더 좋았다.
하지만 경원이를 데리고 서울숲에 도착했을 때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날 새벽 등산을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입구부터 몸이 상당히 지쳤다. 자랑은 아니지만 휠체어 높이가 낮아서 키가 큰 내가 끌기에는 자세가 매우 불편했고 그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팠다. 날씨도 휠체어를 몰기 시작하면서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많은 샘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나들이를 마칠 수 있었다.
짝꿍 경원이는 참 밝은 아이다. 도토리 인연맺기 학교에 오는 아이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내 짝꿍이라 그런지 경원이가 눈에 들어오고 생각이 난다. 조금 더 웃었으면 좋겠고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들을 구경만하고 있게 두고 싶지 않았다. 경원이가 유독 좋아하는 지우와 광영이와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으려고 휠체어를 빨리 밀려 했다. 말로는 타기 싫다하면서 미끄럼틀을 계속 바라보길래 직접 경원이를 들고 올라가서 미끄럼틀도 타게 했다.
정말 나는 좋은 샘이야 라며 나름 뿌듯해하면서 운동회 장소로 이동했는데 문제는 그 때 발생했다. 원반던지기를 하는데 한 아이가 경원이를 놀이에 껴주지 않았다. 경원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없는 사람 취급 할 때, 나한테마저 무례하게 행동할 때는 잠깐 감정을 주체 못해서 심한 말을 할 뻔 했다. 경원이는 이후로 나들이가 끝날 때까지 좀처럼 웃지 못했고 많이 우울해했다.
어른이자 짝꿍샘으로서 그 상황을 중재해주지 못한 것이 경원이에게 가장 미안하다. 사과도 받아주지 못하고 나 또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그 상황을 피하려 한 것이 부끄럽다. 나도 그다지 성숙하고 바른 사람이 아니기에 그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일이 커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뒤로 그 아이가 오면 내가 먼저 눈을 돌리던가, 대화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던가, 휠체어를 끌고 그 자리를 피하려 했다. 경원이가 또 상처를 받을까 무서웠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었을 때 내가 또 참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경원이는 먼저 그 아이에게 기분이 나빴다며 사과하기를 요구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당사자가 저렇게 억울해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선생이라는 사람이 제대로 된 도움도 못주고 상황을 회피하는구나 하며 상당한 자책감을 느꼈다. 그렇게 경원이는 어머니께 가는 동안 시무룩하게 정말 기분이 안좋다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날의 나들이와 여태까지의 활동들을 돌아보며 난 참 불성실했다고 느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그저 몸으로 놀아주면 좋아하겠거니 싶었다. 아이들의 특징이 어떤지, 뭘 좋아하는지, 나에게 뭘 원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나들이 때 원반던지기 사건 이후로 과연 휠체어만 끌고 힘만 쓰는 것이 경원이와 아이들에게 있어 올바른 짝꿍 샘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 부분에 있어 정말 내가 많이 배우고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나는 좀 보수적이었다. 겸손하지 못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다 맞았었다. 나만의 성역을 치고 내 가치관과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고려도 해보지 않은 채 걸렀다. 정말 생각이 깊고 똑똑하신 인연 맺기 학교 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후기를 읽어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제부터는 내 생각과 다른 것들이 나에게 다가올 때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안아주며 나아가서는 그렇게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3주차 사진을 보면 정인이와 내가 손을 잡고 가는 뒷모습이 찍혀있다. 손을 잡는 게 부끄럽고 어색해서 빳빳하게 손가락을 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우습다. 시간이 한 주 밖에 남지 않았지만 도토리 아이들의 손을 한 명씩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 이준희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