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돌고래 인연맺기학교 – 입학식

돌고래처럼 언제나 밝고, 힘차게~! 얘들아, 교감(交感)해줘서 고마워!

 

[울산지부 돌고래인연맺기학교  2조 이한솔 짝궁쌤이 작성한 활동후기입니다.]

– 긴장했던 하루
어제부터 걱정이 좀 심해졌다. 나와함께 프로그램을 진행 할 어린이는 ‘자폐증1급’이어서 과연 이 어린이가 나와 소통하고 교감(交感)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폐증’에 관련하여 몇 가지 유의해야 될 점을 2주전에 배운 교육과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익혔다. 어찌 됐건 앞으로 나와 함께 무려 4달가량 봐야했기 때문에 최대한 잘 지내보고 싶었다. 최대한 친하고 싶었다.

– 잊지 말자, 너희는 비정상이 아니야!
교육을 듣기 전에는 이런 활동을 오직 ‘봉사’의 개념으로 장애어린이를 ‘도와줘야 해.’, 최대한 나아지도록 무언가를 ‘교육해야 돼.’라는 생각으로 와서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듣고 나서는 ‘아, 우리가 곧 하는 자원 활동은 봉사와는 다른 성격이고 그런 의미에서 장애어린이가 절대 우리보다 하등한 존재가 아닌, 같은 인격체로서 의사표현을 존중하고 소통과 교감을 해야 되는구나!’ 라고 느낌 적으론 이해를 했었다.

– ‘김민석’ 어린이와의 첫 만남 (오전)
드디어 나의 짝꿍인 ‘김민석’어린이와 처음 만나는 날이 왔다. 솔직히 긴장 되는 게 사실이지만, 숫기 없는 나도 사람을 만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과도 만나는 오늘 같은 시간이 마냥 즐겁다. 장애어린이들이 쉽게 선생님들을 포함한 나와 친해지기 위해 준비해온 노래와 율동으로 반갑게 맞이했고 아이들 또한 생각보다 반가워했으며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민석’이는 좀 달랐다. 아무래도 자폐증이 있는 민석이로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입학식을 맞이하기에는 많이 낯설었는지, 어머님 손을 민석이가 잡고는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민석이의 눈을 지속적으로 마주치며 ‘반갑습니다! 민석 어린이~’, ‘민석 어린이는 남자답게 잘 생겼네요~!’, ‘우와~~ 풍선이다~ 파.란,색!’ 이렇게 민석이가 하고 있을 무의식적

인 긴장을 좀 풀려 했다. 그렇게 통하지 않는, 일방적인 대화만 시도하다가 민석이가 넓은 교실 쪽에 붙어있는 큰 거울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어머님이 나에게 가겠다고 부탁했고 교실엔 나와 민석 둘 뿐이었다. 민석이는 내가 같이 놀자 라는 반응에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표정은 조금씩 긴장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민석이 에게 어떠한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나를 친구처럼 느끼게 되면 쉽게 때 쓰고 공격행위가 잦아 질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석이가 갑자기 어디론가 휙 가버리거나 무언가 하려 할 때 끊임없이 물었다. ‘민석 어린이는 왜 이거 하고 싶어요?’, ‘민석 어린이는 뭘 하고 싶어요?’ 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민석이가 ‘가위’를 워낙에 좋아하는데, 가위를 찾아서 무언가를 갑자기 자르려하거나 선생님, 혹은 누나 동생 어린이들의 옷자락을 심하게 당길 때 (공격적인 성향) 는 단호하게 ‘이러면 안돼요!’ 라는 말과 함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 하며 행동을 못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상식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방식으로서, 최대한 친한 형과 동생으로서의 느낌을 가지려 했다. 물론 이런 민석이는 보통 어린이들이 하고 있던 오전프로그램인 ‘명찰 만들기’는 하지 않으려 했다. 그냥 나는 민석이 입장에서 단지 지루해서 안 한 거지, 사회성이 아예 없으니 사회성을 키워줘야 하니까 억지로 데려가서 교육시켜야해! 라고 역시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민석이가 나에게 뭘 원하는지 나에게 끊임없이 묻고 움직이도록 도와줬고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점심 먹을 때쯤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민석이가 나에게 ‘팔짱’을 끼고 밥을 배식 받는 곳으로 끄는 것이다. 나는 마치 여자 친구가 생긴 것 마냥 마음이 부풀고 뿌듯했다. 그동안 색연필도 갖다 주고, 풍선이나 동화책으로 다른 아이들이 느꼈을 법한 ‘색을 이용한 시각적 능력 활성화’를 위해 풍선이나 동화책을 이용해 끊임없이 ‘색깔’을 보여주고 이래도 되는지 물어보았고 이러한 노력이 민석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이것을 나는 민석이 에게 ‘도움’을 주고 ‘보답’을 받았다 라기 보다는 ‘교감’으로서 친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소한 내가 민석이와 소통하는 방식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도 큰 투정 없이 점잖게 앉아서 천천히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모습이 누가 봐도 이뻐 보였을 것이다. ‘밥’과 ‘멸치’만 고집하는 모습이 좀 아쉽긴 했지만 말이다. 점심시간에는, 밥 먹는 예절을 옆에서 다정히 민석이 에게 알려준 ‘이지연’선생님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이야, 민석이 화가 해도 되겠는걸? (오후)
그렇게 오전타임은 다소 힘들었지만 ‘팔짱’을 꼈던 느낌이라 던 가, ‘밥 먹는 모습’에서 나는 마치 보약을 먹은 것처럼 피로가 좀 풀렸다. 예상대로 오후에는 민석이와 함께 다니는 것이 수월했고, 내가 ‘하는게 어떨까요?’식으로 권유했을 때, 잘 허락해 주었다. 약도 잘 먹었고 물도 시원하게 먹었다. 내가 처음 봤던 민석이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좀 달라졌다. 오후에는 ‘물감놀이’를 어린이들이 하게 되었는데, 색감을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봤던 색을 손으로 찍어보면서 시각, 촉각의 활성화로 어린이들에게 참 좋은 활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민석이의 의견을 존중 할 뿐 역시 시키지는 않았다. 다만 권유정도는 했다. 그저 나랑 같이 ‘교감’하고 지내는 것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민석이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2조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다! 내 예상에는 점심을 동생, 누나 어린이들과 함께 먹으면서 긴장을 좀 품 것 같았다. 아무튼 너무 기뻤다! 신나게 접시에다가 민석이가 원하는 색을 물어본 다음 물감 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파란색’을 선택했는데 심리학적으로 파란색은 정적이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는데, 민석이에게는 제격이었다. 물감을 손으로 묻혀서 찍는 것을 보여줬는데 민석이는 고집스러운 화가처럼 붓만 사용하려했다. 그것도 좋았다! 가끔은 물감을 찍어서 도화지에 바로 그리지 않고 붓 자체를 흔들어 물감을 흩뿌려 묻히려 하는 모습, 그리고 바지 묻지 않게 조장님이 나눠준 신문지를 주로 째서 종이접기를 했는데, 종이비행기를 나보다 더 빨리 접었다. 민석이는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았고 귀여웠다. 민석이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활동이 ‘물감놀이’였는데, 그 만큼 다소 공격적으로 옷을 잡아당긴다거나 팔을 세게 당기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럴 때 또 그에 맞게 여전히 단호히 눈을 마주치며 못하게 하도록 노력했고 무사히 오후 프로그램을 끝마쳤다. 손을 씻고 옷을 챙겨주는데 민석이가 심하게 공격적이었을 때 나도 그만큼 힘을 주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 서운했었는지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여전히 끼고 있던 토시를 내가 ‘벗을까요?’라고 말해도 싫다는 내색을 하고서는 학교 밖 의자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보다가 내 얼굴에 민석이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면서 ‘으~~응??’ 이라는 소리로 무언가를 자꾸 확인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민석이 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혹은 긴장 해소법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다 되어 어린이들은 짝꿍 선생님들과 헤어지기 위해 이동보조로서 대중교통버스를 이용해 어린이들의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주었고, 나도 역시 민석이를 어머님께 성공적으로 바래다 드렸다. 신기했던 건 이번에는 어머님 대신 나에게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은 점이었다. 아주 뿌듯했다. 그만큼 민석이 에게 헤어짐이란 아쉬운 것이고, 나랑 함께한 시간이 재밌었다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민석아 다음에도 형이랑 교감하자! 오늘 나랑 교감해줘서 고마워~!’

 

– ‘교육’이 아닌 ‘교감과 소통’
느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을 두려 워 했는데, 부끄럽고 생각보다 우리가 경계해야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민석’이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설사 자폐증이 있는 ‘민석’이라도 나는 ‘민석이’ 자체, 그 인격을 보려 애썼다. 단지 자기를 표현하는데 장애물중 하나인 것뿐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민석이는 나와 ‘교감’하고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는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았고, 형, 동생으로서 낯설지만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오늘부터 걱정은 사라졌다. 다만 지속적으로 민석이와 대화하려 노력하겠다. 민석이의 기억에도 ‘나’라는 존재가 ‘재밌는 형’정도로만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