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 깨끗한 옷, 건강한 음식, 쾌적한 집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것들 외에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자유로운 여가활동, 풍성한 인간관계가 그것이다. 의식주를 구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지만, 여가활동을 하고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는 일 또한 많은 돈이 든다. 즉, 안정적인 소득이 없다면 사람답게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지체계는 비슷한 수준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들에 비해 빈약한 편이다. 국가의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주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재벌들에게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투자’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 쓰는 것은 비용’이라 생각한다. 그런 탓에 신체건강한 덕에 돈을 벌어 먹고살 수 있는 사람도 조금만 여유를 부리거나 예기치 못한 불운이 닥치면 가난의 구렁에 빠져버리고, 많은 경우에는 그 구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번에 도배를 하고 온 활동참여인은 정기적인 소득을 가지지 못한 분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몸은 크게 아픈 곳이 없었으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탓에 지속적으로 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누군가는 팔자소관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노력의 부족이라 떠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이 ‘문명사회’에 살고있다는 우리가 해도 괜찮은 말은 아닐 것이다. 소위 ‘문명화 되었다’는 사회라면 그 공동체의 구성원이 겪는 불행, 고난, 슬픔을 함께 보듬고 나누어 짊어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배를 하는 내내 월초에 들었던 ‘기본소득 강연’을 떠올렸다. 자원활동가 중간교육으로 진행되었던 강연에서 오준호 선생님은 ‘꽃은 물과 햇빛이 필요하고 사람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면서 사람을 이리도 쉽게 꺾어다 내버리는 이 사회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낡은 벽지를 뜯어서 벽에 곰팡이를 긁어내고 새 벽지를 바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렇게 쉽게 뜯어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도배자원활동 오경택